국화 우러난 물을 마시고 나는 비로소 사람이 된다.
나는 앞으로도 도저히 이런 맛과 향기의 꽃처럼은 아니 될 것 같고,
또 동구 밖 젖어드는 어둠 향해 저리 컴컴히 짖는 개도 아니 될 것 같고,
나는 그저 꽃잎이 물에 불어서 우러난 해를 마시고,
새를 마시고 나비를 모시는 사람이니,
긴 장마 속에 국화가 흘리는 빗물을 다 받아 모시는 땅처럼
저녁 기도를 위해 가는 향을 피우는 사제처럼
텅텅 울리는 긴 복도처럼 고요하고도 깊은 가슴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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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집 '입술을 건너간 이름'(창비刊)에서
*약력 : 1963년 경북 문경 생, 1998년 매일신문으로 등단, 김달진문학상 젊은시인상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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