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면더재밌다<비디오를보는남자>
영화<비디오를보는남자>가11월28일개봉한다.선글라스를폼나게걸친미래의전사,장도리를쥐고복수심에불타는사내,그리고천군을호령하면서검을빼어든장군사이에서기껏해야비디오리모컨을손에든‘비디오남자’의모습은초라해보인다.하지만들리는소문에의하면이영화,시사회반응이이만저만뜨거운게아니란다.딱모양새를보아하니‘작가영화’내지는‘예술영화’같은데,실상은폭소가멈추지않게만드는로맨틱코미디라나!리모컨버튼으로풀어본<비디오를보는남자>.자,빨리감고되감고잠깐정지였다가또다시플레이~
필름이전에활자가있었다!
<비디오를보는남자>는원작이따로존재한다.1994년에‘우리는사람이아니었어’로오늘의작가상을받은바있는임영태작가가쓴동명의소설이그것.한때비디오가게를차려본경험이있는작가가당시의기억에서모티브를얻어쓴소설인‘비디오를보는남자’는비디오가게의다양한에피소드와함께주인남자의권태롭고쓸쓸한일상을그렸다.극적인사건하나없으면서도무척재미있게읽히고은근한감동도준다는것이독자들의대체적인감상평이었다는것이작가의주장(?).임영태작가는자신의소설이영화화된덕분에거액의원작료를받았으며그해에소설가생활10년중유일하게소득세를내보았다고한다. 다음은작가의짧막한영화감상평이다. “시사회를통해본영화는괜찮은편이었다.전에감독이중간편집본을한번보여준적이있는데,영화는정말편집이중요하더라.이번에최종편집본을보니완성도가훨씬좋아졌다.하긴소설도마찬가지긴하다.어느대목을넣고빼고줄이고늘리느냐에따라스토리의밀도와전체적인형상미가확달라지는법이니까.”
복길이가미스신이될뻔했다고?
모든영화엔캐스팅뒷얘기가있게마련!<비디오를보는남자>에도,물론있다!영화속에등장하는미스신은남자주인공인‘비디오남자’를향해당돌하게애정공세를펼치는깜찍한캐릭터다.직업은술집여종업원.약간푼수끼가있는,하지만결코미워할수없는인물이다.미스신을연기한여배우는사현진.이생기넘치는여배우에겐미스신이란캐릭터가맞춤옷같이퍽잘어울린다.하지만한때미스신역에‘복길이’김지영이물망에올랐었다는후문이다.김지영본인이생기발랄한미스신캐릭터에끌려꽤호감을보였다는얘기.여차저차해서결국미스신은사현진에게낙점됐으나,친근하고수더분한복길이의이미지를떠올리면김지영도멋드러지게미스신을연기했을것같다.
붓대신메가폰을잡으셨구려~
<비디오를보는남자>는김학순감독의장편데뷔작이다.현재서강대학교영상대학원교수로재직중인김학순감독은그이력이독특하다.감독은대학시절서양화를전공했다.캔버스에그림을그리는것이너무정적이라고생각한감독은보다동적인조각으로관심분야를옮겼다.그렇게계속취향을바꿔가다가당도한것이바로영화!그때부터감독의행보는부쩍바빠졌다.필름에매혹된감독은곧장영화를배우러미국으로향했고수년간감독수업을받으면서찬찬히데뷔를준비하기에이른다.
나도우묵배미의사랑이있었으면좋겠다?
<비디오를보는남자>의주무대는비디오가게다.그런만큼영화속에는우리들도익히알고있는다양한영화들이소개되고있다.개중<우묵배미의사랑>은‘비디오남자’(장현성분)가애착하는작품.남자는애정의도피행각을벌이는<우묵배미의사랑>의남녀주인공들의일탈을동경했는지모른다.자신은정작그럴수없기에.그리고비디오남자가호감을갖게되는여자‘혜정’(방은진분)이빌려간비디오테이프는<나도아내가있었으면좋겠다>.이영화속에서아내를얻고싶다고말하는쪽은설경구가아니라전도연이었다.이또한내심비디오남자에게관심이향하는혜정의심리를반영한것이아닐까.그밖에등장하는영화들이<올가미><마누라죽이기><물침대>등등.비디오목록들이언급되는장면들은유독영화속에서재미난장면이다.직접확인하시길~
“멀리”하면무슨노래가생각나세요?
<비디오를보는남자>의유머는은근하고귀여운구석이있다.요새영화속에흔하디흔하게등장하는욕지거리하나없이도웃음보를어지간히간지럽힌다.개중썰렁한와중에웃긴것이‘노래연상하기’에관련한에피소드.등장인물들은멀리,하면무슨노래가떠오르는가란질문을서로묻고답하면서일순간겸연쩍여지거나썰렁해진다.그런데그모습이재미나다.멀리~하면무슨노래가생각나세요?당신이구세대인지신세대인지그해답은영화속에있다.
<비디오를보는남자>는방은진의배우은퇴작?
<301.302><산부인과><수취인불명>등으로잘알려진방은진은지적인여배우의대명사다.영화계에서크고작은행사가있을때마다사회자로섭외되는여배우1순위이기도한그녀는2003년부산국제영화제의개막식사회를박중훈과진행하기도했다.1994년임권택감독의<태백산맥>으로영화계에데뷔한이래영화와연극,방송과CF를오가며꾸준한활동을펼쳐온방은진은개봉을앞둔<비디오를보는남자>의개봉과함께배우생활을시한부은퇴할예정이다.현재<첼로>로감독데뷔를준비중이기때문.<첼로>는아버지와딸의사랑을그린서정적인멜로영화로마르시아스심의‘떨림’을각색한작품.이제배우로서가아니라감독으로관객을만나게될방은진.그녀를향한영화계의기대는사뭇각별하다.
특별보너스! 몰라도영화보는데지장없는,그러나알면재미있는몇가지것들
1.<비디오를보는남자>는<봄날의곰을좋아하세요?>못지않은로맨틱추리담이다.비디오가게주인인주인공남자가비디오반납함에서발신자불명의연애편지를발견하는것이추리의시작.남자는자신을밝히지않은채계속해서편지를보내오는미지의여인을영화내내상상하고추리한다.진실은...영화가끝날때에야밝혀진다.
2.영화의시작과끝에나오는여자의나레이션은<베를린천사의시>의사운드다.무슨말을하는지알아들을수는없지만뭔지모를신비감과평화로움이느껴지는목소리를통해,김학순감독은남자가기다리는구원의이미지를영상으로풀어보고싶었다고.
3.이영화에는주인공남자의이름이등장하지않는다.그는그냥‘비디오남자’일뿐이다.그러나영화를보다보면남자의이름을예측할수있는장면이딱한번나온다.‘받는사람임영태’라고씌어진편지봉투가살짝카메라에잡히는씬.임영태는앞서소개했듯이영화의원작소설작가의이름이다.
4.<비디오를보는남자>에는우연히사생활이담겨진비디오테이프가반납함에들어온다.주인공여자는이테이프를찾기위해계속해서비디오가게에들르게되는데,비슷한영화로독립장편영화<너무많이본사나이>가있다.다른점은테이프안의내용이살인사건현장이라는것.이영화의주인공은자신의살인장면이담긴테이프를찾기위해비디오가게의모든영화를빌려보는과정에서영화매니아가되버리고만다.영화의중독성을다시한번실감하게하는영화.이제는<비디오를보는남자>에중독되어보는것도좋겠다.
맥스무비/김형호,김규한,이미선,정유미,유정은기자 press@maxmovi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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