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를 마치고 CATV 채널을 돌리다 "박범신 원작 TV문학관 -외등"을 우연히 다시 보게 되었는데 우선 저녁놀 붉은 화면에 스웨터를 입은 여인의 아름다운 영상이 한때 모니터 바탕화면을 메웠던, 마지막 장면에 한 여인을 향한 마음을 담은 영상이 예전에 보았을때 느꼈던 가슴 뭉클함을 감출수가 없다.
홍영철 - 너 누구니 ?, -시집 가슴속을 누가 걸어가고 있다 -에서
™ 가슴속을 누가 쓸쓸하게 걸어가고 있다.
창문 밖 거리엔 산성의 비가 내리고
비에 젖은 바람이 어디론가 불어가고 있다.
형광등 불빛은 하얗게
하얗게 너무 창백하게 저 혼자 빛나고
오늘도 우리는 오늘만큼 낡아버렸구나.
가슴속을 누가 자꾸 걸어가고 있다.
보이지 않을 듯 보이지 않을 듯 보이며 소리없이.
가슴속 벌판을 또는
멀리 뻗은 길을
쓸쓸하게
하염없이
걸어가는
너 누구니?
너 누구니?
누구니, 너?
우리 뭐니?
뭐니, 우리?
도대체 ... ™
내용은 어느 인터넷카페의 담당 PD의 수정의 辯에서 발췌로 대체 해보련다.
이미 최종 완성분을 만들었으나,
촬영을 앞두고, 느닷없는 생각이 떠올랐습니다.
소위 한국 현대사의 세 아이콘인 세 사람.
영우,혜주,상규가 저 자신들에게 지워진 역사적 흔적에 대해,
능동적이든 수동적이든 반응이 있어야 하지 않았느냐는 것입니다.
영우는 빨갱이로 몰린 진보지식인의 아들입니다.
이에 대한 영우의 반응은, 극단적으로는 빨치산 부친을 둔 이문열 선생님 같은 우익인사가 되거나, 혹은 정치에 무심한 소시민, 또는 기 대본 대로의 노동운동가의 길을 걸을 수 있습니다.
제 생각엔, 학창시절 빨갱이의 아들로 모진 수모를 당했다면,
영우는 그 반작용, 적어도 외면적으로는 그런 낙인을 지우려는 본능적 몸부림이 있었으리라 여겨집니다. 내면은 청소년기의 낭만적 시인의 심상을 유지하더라도, 몸에 맞지 않는 옷이라도 자신은 빨갱이가 아니라는 것을 증명해내고 싶을 것입니다
혜주는 종군위안부의 딸입니다.
이미 기모노를 아궁이에 태우면서, 하세가와 유키에서 민혜주로 살아가길 그녀는 결심합니다.
그럴수록 그녀는 자신의 불행하고 부끄러운 출생의 비밀을 감추려는 본능적 욕구가 존재합니다.
물론 그 선택으로 상규를 선택하고,
잠시나마 옛사랑 영우의 등장으로 인해 흔들리지만,
오뚜기처럼 상규에게 돌아가려고 하는 관성을 보여야 합니다.
그것이 현실적인 여성이며, 그 갈등을 섬세히 드러낼수록, 보는 사람도 공감이 갈테지요.
상규 역시, 부일하면서 부를 쌓아온 조부와 부친의 전력에 대한 속죄 의식을 넣고 싶었습니다. 그러나 본 드라마의 분량이 허락치 않을 듯 합니다.
기 대본은, 학창시절 10년후, 세사람이 재회하는 부분부터, 아쉽지만, 기존 드라마의 전형을 따르고 있습니다.
덕분에 템포가 쳐지고 뻔한 이야기 진행을 보인다는 자책입니다.
그러나 그 부분을 항상 손을 대고 싶었지만, 원작의 느낌이 워낙 강한터라, 소위 쌍팔년도의 행로에서 벗어나지도 못했고,
등장 인물의 움직임도 고답적임에도 새로운 대안을 내놓지 못했습니다.
특히, 이야기의 주 담론이 80년대에 멈춰 있다는 지리함이 늘 지배하고 있습니다. 운동권 언저리에만 뻔하게 머무르는 주인공 서영우의 동선과 심리가 이제는 식상함외에는 던져주는 것이 없다는 것입니다.
적어도 80년대 후반 90년대 초반의...우리들의 지나온 모습 일부라도, 담아내야했습니다.
더불어 혜주의 능동적인 움직임, 자기 판단과 그 결과에 대한 후회,
그럼으로서, 신분 전환의 댓가를 치루는 여성의 모습 역시 문학적으로 다루고 싶었는데, 그게 잘 안되더군요.
이에 대안으로서, 한번 더 수정을 거친 대본을 보입니다.
만시지탄이 있으나 일독을 바라며
혹여, 제 판단이 잘못된 바가 있다면, 과감히 지적해주시길 바랍니다.
왜 이런 생각을 진작에 못했냐고 꾸중하시더라도 할 말이 없습니다.
다가오는 봄 덕에 마음이 너무나 급했고,
촬영이 지연될수록 흔들리는 캐스팅 탓에 정신과 기력이 빠져 제 구실을 못한 탓이라고 굳이 변명하고 싶습니다.
바뀌는 부분
가. 학창시절을 지나 성인이 된 영우의 변신
: 노동운동가에서 경찰서 형사로 수정.
: 빨갱이 딱지를 떼기 위한 몸부림의 표현.
: 외면은 형사지만, 내면과의 갈등을 빚는 영우.
나. 고문수사의 축소 희생양으로 몰려 감옥에 들어가게 되는 부분.
: 영우를 희생양으로 삼아 사건을 은혜 축소하려는 시도.
: 여권 실세인 백부를 둔 상규의 힘으로 기소 유예를 받아 나오는 영우.
다. 혜주의 심리선 변경.
: 종군위안부 모친을 두었다는 백그라운드를 지우려 드는 현실적 여인상으로 수정.
: 영우와의 맞딱트림으로 혼란과 갈등을 겪는 혜주.
: 결국 상규라는 현실적 판단에 안주하는 혜주의 심리선 표현.
라. 영우의 재 수감.
: 고문수사 축소사실이 드러나면서, 관련자 체포, 수감 과정에 영우도 역시 기소유예처분이 취소되면서 감옥에 들어간다.
: 억울한 처분이라기 보다, 양심과 책임감, 그리고 혜주를 사랑하기에 포기할 수 밖에 없는 영우의 입장, 즉 스스로의 운명을 받아들이는 영우의 모습 묘사.
http://cafe.daum.net/Bestdresser/KLlu/125622?q=tv%B9%AE%C7%D0%B0%FC%20%BF%DC%B5%EE
'내가 찾은 세상, 흔적' 카테고리의 다른 글
수도국산 공원가는 길 (0) | 2017.04.09 |
---|---|
기억의 흔적, 수도국산 달동네 박물관 (0) | 2017.03.12 |
길을 걷다 "잊혀진 존재, 들꽃"을 생각하다. (0) | 2016.05.08 |
[스크랩] 퇴고(推敲)가 없는 세대! 퇴고 좀 하자 (0) | 2012.11.15 |
[스크랩] 강남스타일 번역하기 (0) | 2012.10.1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