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비는 이 벌레들과 같이 나라를 갉아먹는 다섯 가지 부류의 인간들을 다음과 같이 열거하고 있다.
한비자의〈오두편〉의 ‘오두(五蠹)’라는 말은 나무를 갉아먹는 다섯 가지의 해충을 뜻한다.
첫째, 고대 성왕의 도를 칭송하며 인의라는 미명을 내걸고,
용모와 옷차림을 꾸미고 변설을 요란하게 늘어놓아 현재 시행 중인 법률에 의문을 품게 하고 군주의 마음을 동요시키는 학자.
둘째, 멋대로 가설을 내세워 엉터리 주장을 늘어놓고,
외국의 힘을 빌려 그것으로 사욕을 채우고 국익 같은 것은 염두에도 두지 않는 웅변가.
셋째, 도당을 결성하고 절의를 내세워 그것으로 이름을 날리고,
관청에서 시행하고 있는 금령을 짓밟고 있는 무협인.
넷째, 사저에 재산을 모아서 저축하고,
뇌물을 잔뜩 받아 권력자의 부탁을 받아드려전장에서 세운 병사의 공로를 그들의 것으로 묻어 버리는 군주의 측근자.
다섯째, 조잡한 상품들을 손질하고, 사치한 재화를 모아서 비축해두었다가, 값이 오르는 것을 기다려 농민의 이익을 탈취하는 상공인.
군주가 이들 다섯 부류를 제거하지 않고, 정직하고 성실한 인물을 양성하지 않으면 나라는 망하고 조정은 무너지고 말 것이라는 주장이다.
《한비자》의 글은 구상이 치밀하고 묘사가 대담하면서 유머가 풍부하다. 뿐만 아니라 많은 우화(寓話)와 풍부한 역사지식을 논증자료로 사용해서 자기가 주장하는 바를 구체적으로 설명하고 있기 때문에 이해하기 쉽고 재미가 있다. 그래서 소설을 포함한 중국의 많은 고전 중에서 《한비자》가 가장 재미있다는 사람도 적지 않다. 인용된 우화는 함축성이 풍부해서 그 속에 나온 말이 관용어로 지금까지 전해지는 것이 많다. 위에 나온 이야기 ‘수주대토(守株待兎)’도 그 중의 하나이다.
위에 인용한 어리석은 농부 수주대토(守株待兎) 이야기 뒤에 곧 이어서 옛날 주(周)의 문왕(文王)이 인의(仁義)의 정치를 펴서 천하의 왕이 되었지만, 서(徐)나라 언왕(偃王)은 같은 인의의 정치를 펴다가 멸망하고 말았다면서, “세상이 달라지면 바로 대처해야 할 일도 달라진다(世異則事異)” 고 주장하고 있다.
《한비자》가 쓰일 때의 중국사상계는 유가와 묵가가 대표하면서 고대 성왕의 시대로 되돌아가야 한다는 복고 사상이 주류를 점하고 있었다.
한비는 법가학설로 그러한 복고사상에 반대했다.
유가가 내세우는 인의가 현실적으로는 오히려 나라를 문란하게 하는 것이라고 보았다. 법은 국가 통치의 근본이며 백성이 반드시 따라야 할 절대적 기준이 되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아무리 평범한 군주라도 법의 운용만 잘 할 줄 알면 훌륭한 정치를 할 수 있다고 본 것이다.
전국시대의 중반인 B.C 3세기 경에 한비(韓非)가 저술했다고 전해지는 《한비자》는 중국 최초의 중앙집권제 통일국가인 진(秦)의 탄생에 이론적인 근거를 제공하고 그 뒤를 이은 역대의 여러 나라 현실정치에 결정적인 영향을 주었다.
우리 주변에는 ‘오두’라고 하기보다 그들의 상징인 어리석은 농부 같은 사람들이 의외로 많다.
우연히 어떤 돌발적인 사건으로 행운을 잡았던 사람이나 집단들이 그렇다. 그들은 그런 일이 다시 일어날 확률이 얼마나 되는지 냉정히 따져 보지도 않고 다시 그런 행운이 일어나기를 끊임없이 기대한다. 옛날에 사용한 방법으로 다시 자기들의 목적을 달성하려고 유사한 기회를 노리고 있다. 새로운 상황에 적응할 시야를 갖추지 못한 융통성 없는 사람들이다. 그러나 세상이 항상 제자리에 머물러 있을 턱은 없다.
원문은 http://media.paran.com/news/view.kth?dirnews=2173227&year=2012&pg=2&date=20120716&dir=11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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