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믿음과 소망과 사랑 중에 그 중에 제일은 사랑이라"고 말하는 노래가 있다.
이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공감하는 바이기도 하다.
하지만 사랑은 ‘사랑’만으로는 오래 지탱될 수 없다. 남녀 간의 사랑에서는 특히나 그렇다. 해서 일단 사랑을 확인한 연인이라면, 이 노랫말은 이렇게 바뀌어야 한다.
‘믿음과 소망과 사랑 중에 그 중에 제일은 믿음이라’.
주변의 연인들(물론 자신의 경우도 포함될 것이다)을 둘러보면 그들의 비극적 종말, 그 시작의 단서는 서로에 대한 사소한 불만임을 알 수 있다. 하지만 아무 것도 아닌 것만 같은 이러한 불만들이 덩치를 키우게 되면, 어느덧 사랑으로 급조됐던 신뢰는 허약하게 무너지고 만다. 그렇게 되면 마침내 사소한 행동 하나도 오해의 소지를 남기게 되고, 정당한 해명도 구질구질한 변명으로 전락해버린다. 이제 연인에게는 헤어지는 절차만 남게 되는 것이다. 가령 이런 식이다. A는 B의 사랑을 끊임없이 확인하고 싶어 한다. 그래서 만날 때마다 묻는다. “나 사랑해?” 그럼 B는 웃음으로 대답을 대신하거나 “꼭 그걸 말로 해야 알아?”하고 되묻는다. 이런 게 한 100번쯤(물론 이렇게 많이 필요하지도 않다) 반복되면 B는 A가 참 피곤한 사람이라고 생각하게 되고 A는 B가 자신을 사랑하지 않는다고 결론(!)짓게 된다. 결국 사랑이 문제가 아니라 사랑을 확인하려는 A의 자신감 결여와 사랑하는 사람의 요구를 들어주지 않는 B의 괜한 고집이 사랑을 끝나게 만든다.
전화도 마찬가지다. A가 밤에 전화를 안 받으면 B는 생각한다. ‘누구를 만나고 있는 거지?’ 그리고 다음날 득달 같이 묻는다. “왜 전화 안 받았어?” “누구랑 있었어?” “뭐하고 있었어?” 야근을 했다 그러면 또 이렇게 물을 것이다. “누구랑 야근했어?” 어떤 사람은 사랑하는 사람이 전화를 받지 못할 수도, 받고 싶지 않을 수도 있다는 사실을 알지 못한다.
물론 누구나 한번쯤 겪는 정도의 문제이기는 하다.
하지만 사랑을 확인하는 과정이라면 모를까 일단 사랑하는 사이라면 모험처럼, 애간장을 태우는 드라마처럼 예측이 어려워서는 안 된다. 시작은 그럴 수 있겠지만, 연애 기간 내내 모험 같고 드라마 같다면 사랑만 하기에도 하루가 부족할 것이다.
오히려 진정한 사랑은 그 반대다.
사랑은 ‘신뢰 쌓기’라고 할 수 있다.
‘저 사람이 나를 사랑할까 안 할까’에서 ‘저 사람과 있으면 힘이 돼. 우리 사랑이 변치 않기 위해 노력해야지’로 발전하는 것이다. 다시 말해 사랑에 있어서 신뢰는 “그 사람의 태도와 인격 그리고 사랑에 있어서 변하지 않는 감정을 확신하는 것”이다. 사랑에 힘들어하거나 실패하는 대부분의 사람은 어떻게 신뢰를 쌓아야 하는지 모르거나 신뢰 쌓기에 게을리 한 사람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신뢰를 쌓아가는 과정은 우리에게 여러 가지 선물을 선사하기도 한다.
먼저 신뢰는 친밀감을 맛보게 한다. 친밀한 관계를 갖고 있지 않으면 자신의 삶에서 무언가 빠진 것 같은 느낌을 받듯 사랑에서도 신뢰가 바탕이 된 친밀감이 없게 되면 ‘욕정’ 혹은 ‘구속’만 남게 된다.
또, 신뢰는 정서적 안정을 가져와 감정을 성숙하게 하기도 한다. 함께 시간을 보내며, 그러니까 친밀감을 느끼며 다른 사람에게는 드러낼 수 없었던 느낌과 두려움을 나눈다는 것은 사랑하는 이들에게 특별한 경험이다. 이때 서로의 아픔을 이해하고 공감함으로써 상대는 위로를 받게 되고 자신은 성숙하게 되는 것이다. 실제로 심리치료를 하는 사람들은 치료과정 즉 환자의 아픔을 공감하는 과정을 통해 자신이 성숙되는 것을 느낀다고 한다. 사랑을 하면서 우리는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서로 심리적인 치료자의 역할을 하고 있는 셈이다.
사실 굳이 강조하지 않아도 대부분의 연인들은 사랑에 있어서 신뢰가 얼마나 중요한지 다 알고 있다. 서로를 신뢰하지 못해 뜬눈으로 지센 밤이 하루 이틀이 아닐 것이기 때문이다. 물론 신뢰하지 않는다고 낙담할 필요는 없다.
그만큼 신뢰를 쌓는 데에는 시간과 절제와 노력이 필요하다.
정신분석학에서는 엄마와 자신이 서로 분리된 다른 존재라는 사실을 인식하고 이를 극복하는 과정에서 생기는게 신뢰라고 말한다. 연인도 마찬가지다. 서로 다른 존재라는 절대적 진실을 인식하고 이를 극복하는 과정에서 비로소 신뢰는 견고해진다. 그리고 이렇게 단단해진 신뢰는 좀처럼 사랑을 허무는 법이없다.
혹 양가 부모님께 허락을 받으러 가야 한다면 이렇게 말해보는 건 어떨까. “우리 서로 사랑하고 있습니다”보다 “우리 서로 신뢰하고 있습니다”라고. 경험(?) 많고 걱정 또한 많은 부모님이라면 그게 무슨 말인지 바로 알아차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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